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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갑자기 찾아온 상실감. 그 상실감의 상처로 이유도 모른체 아파했었던 주인공이 떠난 순례의 여정이 긴박하지 않으면서도 지루하지 않았다.
끝은 허무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게 우리의 삶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엔딩이 있는것처럼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면 행복한 엔딩이 기다리는것처럼 하루를 살지만 그런 막연한 엔딩을 꿈꾸며 살기보다는 살아있는 이 순간의 과정을 더욱 느끼고 반성하고 음미해야겠다는 마음이 더욱 확실해지는 책.
기억하고 싶은 구절.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다가왔다가는 이윽고 사라진다. 그들은 쓰쿠루 속에 무엇을 찾으려 하지만 그것을 찾지 못해, 또는 찾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체념하고(또는 실망하고 화가 나서) 떠나 버리는 것 같다. 그들은 어느 날, 갑작스럽게 모습을 감추어 버린다. 설명도 없고 제대로 된 작별 인사도 없이. 따스한 피가 흐르고 아직도 조용히 맥박 치는 인연의 끈을 날카롭고 소리없는 손도끼로 싹둑 잘라 버리는 것처럼.
우리는 이렇게 살아남았어. 나도 너도. 그리고 살아남은 인간에게는 살아남은 인간으로서 질 수밖에 없는 책무가 있어. 그건, 가능한 한 이대로 확고하게 여기에서 살아가는 거야. 설령 온갖 일들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해도
사실이란 모래에 묻힌 도시 같은 거라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모래가 쌓여 점점 깊어지는 경우도 있고, 시간의 경과와 함께 모래가 날아가서 그 모습이 밝게 드러나는 경우도 있어.
기억을 감출 수는 있어도 역사를 바꿀 수는 없어
"난 두려워. 내가 잘못된 행동을 해서, 또는 무슨 잘못된 말을 해서 모든 것이 무너지고 그냥 허공으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게."
에리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역을 만드는 일하고 마찬가지야. 그게, 예를 들어 아주 중요한 의미나 목적이 있는 것이라면 약간의 잘못으로 전부 망쳐져 버리거나 허공으로 사라져 버리는 일은 절대로 없어.
설령 완전하지 않다 하더라도 어떻게든 역은 완성되어야 해. 그렇지? 역이 없으면 전차는 거기 멈출 수 없으니까.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맞이할 수도 없으니까. 만일 뭔가 잘못된 부분이 발견되면 필요에 따라 나중에 고치면 되는거야.
먼저 역을 만들어. 그 여자를 위한 특별한 역을. 볼일이 없어도 전차가 저도 모르게 멈추고 싶어 할 만한 역을. 그런 역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거기게 구체적인 색과 형태를 주는 거야. 그리고 못으로 네 이름을 토대에 새기고 생명을 불어넣는 거야.
너한테는 그런 힘이 있어. 생각해 봐. 차가운 밤바다를 혼자서 헤엄쳐 건녔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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