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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진] 그 섬에 내가 있었네

버리야 2009. 5. 1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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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내가 있었네 (양장)그 섬에 내가 있었네 (양장) - 10점
김영갑 지음/휴먼&북스


사진을 보면서 눈물이 똑똑똑...

어느 파노라마 사진 한장 앞에서 난 처음으로 사진을 보면서 진한 감동을 느꼈다.

지난 4월에 여행을 갔던 제주도를 4박 5일동안 여행하면서 가장 좋았던 곳을 꼽으라고 한다면
마지막 날 여행지였던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을 말한다.

풍경으로 따지면 제주도의 마라도가 환상이었지만, 가장 행복했던 공간은 두모악이었다.
돈 아깝지 않을 정도로 각종 포스터를 사고 들고오는 길에 얼마나 짐이 많아졌었던지..







고 김영갑 작가의 파노라마 사진앞에서 왜 난 그리 감동을 받았을까?
아직 그 느낌을 말로 표현하기엔 부족하지만, 제주도 그 갤러리에서 다시 서보면 더 정확히 알까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한 일이 인터넷 서점에서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책을 사는 것이었다.
책을 넘기며 사진작가로서의 일생을 이해하고 사진을 보니 더욱 큰 감동이었다. 그 책은 김영갑 작가의 삶과 작품과 투병의 기록이다.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살다가 1982년에 제주도를 오르내리며 사진 작업을 하던 중 그곳에 매혹되어 85년에 아예 섬에 정착하였다.

바닷가와 중산간, 한라산과 마라도, 섬 곳곳을 다니며 제주도를 온몸으로 찍으며 밥 먹을 돈을 아껴서 필름을 사고 배가 고프면 들판의 당근이나 고구마로 허기를 달래었다. 20년 가까이 제주도의 중산간 들녘을 필름에 담는 일에 전념하고 불치병인 루게릭 병에 걸린 것을 알고 남제주군 성산읍 삼달리의 폐교를 임대하여 아트 갤러리를 만들었다.

마당에는 제주도의 상징인 바람과 돌과 사람을 주제로 아름다운 정원을 조성해 놓았다. 
그 정원을 점점 퇴화하는 근육을 놀리지 않으려 혼자의 힘으로 만들어 냈다고 한다.



"진정한 자유인이 되고 싶어 홀로 걸었다. 자유로운 만큼 고통도 따랐다. 그러나 자유로운 삶의 어두운 부분도 내 몫이기에 기꺼이 감수했다.
진정한 자유는 혼자일 때만 가능하다는 생각에 마라도에서 혹은 이름 없는 섬에서 혼자 지내보았다. 
그러나 며칠을 견디기 힘들었다. 그후로 진정한 자유인이 되는 것을 체념했다.

혼자선 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늘 혼자이길 원했다. 혼자일땐 온전히 사진에만 몰입할 수 있다.
남들이 일중독이라고 충고해도 웃어넘겼다. 중독되지 않으면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세상과 삶을 보고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갤러리 두모악에서 김영갑


그의 사진을 보면 어떻게 제주도를 이렇게 아름답게 담을 수 있었을까?
내가 여행하며 4박 5일동안 보았던 제주도가 이렇게 아름다웠었나? 이번이 네번째 제주도 여행인데 지금까지 내가 보았던 제주도 맞나?
내가 찍은 사진들과 고 김영갑 작가의 사진을 머릿속에 비교되어 지나갔다.
난 정말로 단지 여행지에서 여행사진을 찍었던 것이고, 그는 제주도의 있는 그대로의 제주도를 파노라마 사진에 담고 있었다.

철저하게 홀로 외로웠지만 자유인의 마음에서 셔터를 누르니 제주도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구나..

아마 작가를 모르고 집에서 모니터로 사진을 보았다면 이리 큰 감동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6 X 17 파노라마 사진에 펼쳐진 제주도의 사진에 한번 감탄하고, 

필름을 사기 위해 견뎌야했던 굶주림과 자연의 신비로움을 오랜 기다림의 끝에 찍는 수행을 겪어내며 탄생한 사진이라는 점에 다시 한번 감탄하고,

끼니를 먹을수 있을 정도가 되니 근육이 마비되어가면서 수저를 들기에도 힘이 드는 작가의 투병중에도 사진에 대한 열정으로 두모악 갤러리를 만든 곳에서 

그의 사진을 보고있으니 그리 큰 감동이었나보다.

제주도에서 한번, 책을 읽고 나니 또 한번 사진의 매력에 흠뻑 빠지는 것 같다. 아마 내게 가장 영향을 준 작가가 아닐까...

제주도에 다시 한번 가게 된다면 가장 먼저 오랫동안 가보고 싶은 곳. 두모악...


참고 : 김영갑 작가의 유작전이 5월 14일부터 7월 19일까지 충무아트홀내 충무갤러리에서 열린다고 한다. 
완전 달려가서 봐야겠다~~~



flyburi.com2009-05-12T01:38:02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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